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여자, 남자보다 연약하고 섬세하다. 남자, 여자보다 강인하고 무덤덤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자 그리고 남자의 세계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런 건 아니다. 겉으로 나약해 보이지만 강한 여자,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연약한 남자, 이런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남녀의 논리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우리의 박근혜 대통령이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보면 연약하기보다는 강하다. 거슬러 올라가 영국의 대처 수상 같은 경우는 ‘철의 여인’이란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강했다.
사람은 겉으로만, 혹은 성(性)으로만 보기에는 다른 면이 너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그 미모나 품위가 여자답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통해 나타나는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섬세하게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아니라 고집과 아집, 불통의 아이콘으로 나타난다. 가슴이 먹먹할 지경이다.
흑인을 안 좋게 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기차를 놓친 어느 백인 귀부인이 주변 음식점에서 샐러드 한 접시를 주문한다. 포크를 가지러 간 사이 허름한 옷차림의 흑인 남성이 자신의 테이블에 앉아 샐러드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귀부인은 화가 났지만, 샐러드를 같이 먹는다. 둘이는 같은 접시의 음식을 교대로 먹는다. 다 먹은 후 흑인이 커피를 두 잔 가져와 하나를 귀부인에게 건넸고 커피를 마신 귀부인은 기차를 타러 나간다.
백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나 급히 음식점으로 뛰어가지만 흑인도 백도 보이지 않는다. 당황한 귀부인이 음식점 여기저기를 훑어보는데 아까 그 옆 테이블에 샐러드 한 접시가 놓여있고 백도 있었다.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착각한 귀부인이 흑인의 음식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고 빼앗아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흑인은 귀부인과 음식을 나누어 먹었고 커피까지 대접했던 것. 참으로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흑인에 대한 선입견이 만든 웃픈 얘기다.
아담 데이비슨(Adam Davidson) 감독의 <런치 데이트(The Lunch Date, 1989)>의 내용이다. 우리의 선입견과 선지식, 일반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혹시 우리 자신은 어떤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한 사건에 올인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넉넉함이 필요하다. 자기중심적인 발상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얼마나 알겠는가. 이 세상에 전지(全知)한 사람은 없다. 전능(全能)한 사람도 없다.
누군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한 귀부인의 속내는 말이 아니었을 것.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지 않고 시비를 걸었다면 얼마나 난처한 상황이 되었을까. 또 흑인이 가졌던 넉넉함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수님 시대에 종교적 아집으로 뭉친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이 예수님의 핀잔을 많이 들었다. 이유는 자신들의 아집의 성을 무너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교회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예수님이 원하는 건 종교적 아집이 아니라 열린 마음이다.
김학현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