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하나님의 자녀 된 자로 바라봅시다.
우리나라 산에는 150개의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산 중에는 전 국토의 5%밖에 안 되는 국립공원도 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에는 오색(설악산 오색리 466번지)에서 끝청 하단(해발 1,480m)을 연결하는 ‘오색삭도(길이 3.5km)’ 설치계획이 세워져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춘 계획으로, 강원도 양양군이 무리하게 신청하여 2015년 8월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얻은 바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업은 승인을 위한 7가지 조건 중 첫 관문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KDI)이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으로 ‘산양 및 멸종위기종, 법정보호종에 대한 정밀조사가 충분하고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양양군이 제출한 보고서도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환경성도 경제성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애당초 설악산은 개발계획을 세워서는 안 될, 아니 세울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설악산은 환경영향평가 본안 검토의견서에 나와 있듯이, 국립공원이요,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핵심구역입니다. 생물권보전지역이고, 생태자연도 등급 상 별도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사업 예정지역은 자연림과 극상림 식생이 존재하고 산양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영역으로 ‘환경적으로 민감한 곳’입니다. 하나님의 신령한 영이 거하시는, 하나님이 처음 사람과 함께 거니셨던 산, 거룩한 곳입니다. 우리는 산이 산 그대로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도움이 어디서 오는지 깨달아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에서는 올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와 함께 창조 세계가 심각하게 파괴되는 현안에 대한 신학적 성찰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현장은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설악산입니다.
우선은 ‘신음하는 피조물이 애타게 기다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물었습니다. ‘편의성과 경제성의 논리’와 함께 ‘환경보전의 논리’가 부딪히는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비록 짤막한 설문항목 앞이지만, 100명 남짓한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 논란의 자리에 서서 피조물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조 세계를 지키기 위한 ‘생명평화기도회’를 수년간 수차례에 걸쳐 이끈 박성율 목사를 비롯한 강원지역 목회자와의 대화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케이블카가 설치될 하부종점 현장도 둘러보았습니다. 그들의 애씀 앞에, 그리고 케이블카가 세워질 자리에 섰을 때, 우리는 그 동안 하나님의 창조에 민감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고 또 두려웠습니다. 그곳에 케이블카가 세워지면 몇 곳 안 되는 다른 국립공원으로도 확산될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국에 추진되고 있는 34곳의 케이블카 중 10곳이 국립공원에 설치되는 것인데, 가장 강한 보호지역인 설악산이란 것입니다.
케이블카에 대한 신학적 성찰작업은 신익상 교수(성공회대)를 통해 ‘하나님의 살림살이(economy)는 생명살림(ecology)입니다’라는 제목의 초안이 마련된 상태입니다. “생명은 보상이 아니라 선물입니다. 생명을 위한 정의는 사회를 위한 정의이기도 합니다. 생명이 경제의 중심이어야 합니다. 생명은 우리의 이웃입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이웃의 생명을 짓밟고 오르는 것입니다”라는 기조로 이루어진 성찰의 내용은 곧 여럿이 모여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최종 확정되게 될 것입니다.
산, 특히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지리산과 더불어 창조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은 창조 세계를 훼손하는 것이요, 그 안에 거하는 우리의 이웃인 생명을 해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환경부와 양양군은 거짓과 불법이 드러났음에도 사업 불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 계획보다 늦어지긴 하겠지만 여전히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사업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부디 하나님의 거룩한 산, 설악산이 범하여 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유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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