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그럽니다
오늘처럼 글을 쓴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이미 한 가지 주제가 선명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면 많이 주저하게 됩니다.
요즘 세상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회가 미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서 이야기한다면 정치가 미친 것 같습니다.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야할 국회에서 오히려 이러한 문제와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세월호문제도 아직 안 끝났고, 경주의 지진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원전 안전 문제도 그렇습니다. 백남기 농민은 물대포로 말미암아 1년 여의 생존투쟁 끝에 숨졌는데 어떻게 죽었는지 사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 수준입니다. 물론 사인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그 외의 다른 의사들이나 관계자들의 의견이 다른 것이데,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인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검사와 관련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저 같은 범인은 솔직히 이제는 누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오간 것도 있지만 실은 수 백억이라는 생각만 오갈 뿐이지 그게 누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연루되고 해 드신 분이 많다는 것이겠죠. 무엇보다도 K 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에 대해서는 무슨 말로 설명해도 납득이 될 수 없습니다. 800억이나 되는 돈을 순식간에 모았고, 재단 설립 인가는 하루도 안 걸려서 나왔고, 문제가 되니까 갑자기 전경련에서 해체하고 통합해서 재단을 만들겠다는데 도대체 그 재단의 주체가 누구인지 무지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아마 제일 큰 문제는 북핵이겠죠. 거기에 사드까지 더하면 정말 세계의 화약고가 중동에서 한반도로 옮겨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렇게 나열을 하고 보니 문제가 정말 많네요. 아마 제가 놓친 부분도 있겠죠.
그런데 국정감사가 코미디가 되고 있습니다.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하는 국회의원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정말 머리를 맞대고 이 국가적인 위기를 어떻게 할는지, 국민들 앞에서 의혹으로 제기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국민안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논의하고 따져야 할 문제들이 산적했는데 뉴스에 나오는 국회의원들을 보니 그걸 보고 있는 국민들을 놀리자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아마 이렇게 난장을 만들어 놓고는 이걸 쳐다보는 언론이나 국민들에게 ‘니들도 끼어볼래?’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수준 낮은 판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이미 그 관심을 떼어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국회는 블랙홀 같습니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이 시대에 가장 똑똑하고 존경 받아야할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그곳에 갔는데 어떻게 그렇게 일순간에 떼거리 깡패로 전락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이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들은 그곳에서 희화화되고 뭉게져서 부끄러움의 조각들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국회는 블랙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실은 저도 다 나쁜 놈들이라고 한 마디 뱉고 내빼고 싶습니다. 이런데 한 마디 보탰다가 어떤 험한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속이 답답해서 한 마디 보태봅니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쏟아놓지는 못해서 스스로가 안쓰럽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그 양심을 이렇게 뭉게 버릴 때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이 탄식하실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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