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해석자, 교회
그람시라는 학자는 문화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하면서 ‘유기적 지식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유기적 지식인들은 복잡한 철학적, 정치적 이슈들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이들로서 종교인이나 언론인 같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대중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문화가 가지고 있는 코드를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종교인들이 번역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번역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문화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언어들을 대중이 정말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전문가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을 다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한 것들을 평이하게 전해주는 것을 말할 수 있다. 둘째는 문화를 대중들의 삶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삶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문화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람시는 유기적 지식인은 대중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침을 제공한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단순하게 우리가 이해하는 예술이나 대중문화 등을 넘어서 삶의 양식이나 가치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문화는 누리는 것에 의미를 두는 예술이나 대중문화도 있지만 우리가 평이하게 교통문화나 전통문화 등과 같이 일상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피상적인 것을 넘어서 정신적 가치나 우리가 유지해 나가는 전통 등을 말하기도 한다.
결국 종교인을 유기적 지식인으로 문화에 있어서 중간자적 역할이 있다고 하는 것은 두 번째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목사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기독교는 산업화의 정신적 가치를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가치관은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농촌이나 어촌에서 도시로 나오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교회는 ‘대체가족’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하고, ‘준거집단’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유교적 영향이 큰 한국사회는 그 근본이 가족에 있다. 그런데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이 가족을 잃어버린 것인데 교회는 이들에게 가족이 제공하는 친밀감과 지지집단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런데 교회는 설교를 통해서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대어 현대사회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그러한 가치관에 힘입은 삶을 가르쳐 주었다. 바로 이러한 영향력이 고향을 떠난 이들을 교회로 불러들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산업화 시대에 교회는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을 잘 감당하였다고 할 수 있다. 교회는 선도적이었고 시대를 이끌어 갔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교회가 이러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교회가 무기력해진 것은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교회 내부로만 향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른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을 교회로만 끌어와 크신 하나님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는 큰 비전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이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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