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나무, 숲의 선한 이웃으로
폭염이 물러났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가을이 왔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는데 그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별로 없었습니다.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어쩌면 종이 한 장도 우습게 넘겨서는 안 될 일인데 말입니다. 종이 한 장이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이산화탄소를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종이를 가져다준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제공해줍니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열대림의 파괴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올려 이상기후 현상을 증가시킵니다. 또 열대림은 물을 저장하는 댐 역할을 하고 그 물이 증발, 다시 비가 되도록 하는데 나무가 없어지면 비가 오지 않거나 내린다 해도 토양을 유실시켜 적토가 노출됩니다. 적토가 고온에서 완전히 말라 버리면 생물이 살 수 없는 나쁜 토양이 되고, 급속도로 사막화됩니다.
생활공간을 둘러보면 이 같은 아픔을 뒤로 한 채 사용되고 있는 종이제품이 아주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복사용지와 공책, 메모지, 편지지, 봉투, 또 화장지와 포장지, 벽지와 천정지와 장판지, 그리고 종이상자와 종이컵을 비롯한 일회용기들 ... 이들 모두는 나무 곧 하나님이 만드신 숲에서 온 것입니다. 원료가 펄프고 펄프는 나무에서 온 것이니 숲에서 온 것이지요. 그러니 ‘종이는 나무요, 숲’입니다.
문제는 그 소비는 날로 늘고 있다는 건대, 특히 포장재가 소비가 큽니다. 골판지를 비롯한 각종 포장용 산업용지가 절반 이상이나 됩니다. 다음이 책 종이와 신문용지, 화장지입니다. 제품보다 더 화려하게 치장하는 경우도 많은데, 포장을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볼 일입니다. 쓰는 만큼 나무와 숲은 사라지고(종이 1톤 = 원목 17그루),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질 테니까요.
물론 종이를 한 장도 안 쓸 수는 없습니다. 재생지는 나무가 베어지는 걸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은 또한 나무를 종이로 만드는데 필요한 방대한 양의 에너지와 물을 보존하며, 환경 중으로 배출하는 유해화학물질의 양, 땅에 묻어야 할 엄청난 짐을 줄이게 합니다. 그만큼 나무도 살리게 되니, 지구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공기를 맑게 하여 우리가 건강해지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쯤 되면 종이를 쓸 때면 꼭 재생 종이를 써야겠지요. 물론 종이를 사용하기 전에는 먼저 꼭 필요한 지 생각하고, 꼭 사용해야 할 경우는 재생 종이를 사용할 일입니다. 재생 종이를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이 맡기신 창조의 숲을 지키고 돌보는 일(창 2:15)이니까요.
교회라면 주보용지와 복사용지, 그리고 화장지를 재생용품으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될 일입니다. 재생지의 질이 떨어지고 구하기 어렵다는 건 옛말입니다. 주보를 재생지로 인쇄하고 한 쪽에 재생지임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교인들에게는 환경교육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작은 실천이 곧 기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한 것이나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재생지를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재생공책이나 재생지로 만들어진 책을 구입해 시상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재생용품 사용 이전에 교우들과 함께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의 숲을 찾아가 볼 것을 제안합니다. 숲에서 하나님의 창조를 깊이 묵상한 사람은 종이를 대할 때마다 살아있는 나무와 숲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는 비록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속에 담긴 비와 구름, 나무와 태양을 보고, 산 속의 무수한 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 들을 수 있게 되면 종이를 단순히 ‘아끼라’ 했을 때보다 더 소중히 여기게 될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여러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깝게는 우리의 이웃과 자연 환경을, 멀게는 전 세계의 기후문제를 ‘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모순되고 왜곡된 것들을 풀어내고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도, ‘나’의 문제로 생각한다면. 아니 ‘나’의 문제로까진 아니더라도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숲이 가까운 이웃으로 여겨진다면, 그래서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를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
유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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