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과 생명문화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것이 있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조지 켈링과 사회학자인 제임스 윌슨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론이다. 지역에 유리창이 깨어진 건물이 있고, 환경이 어지러우면 범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유리창이 깨어진 것과 범죄가 늘어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싶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생겨서 범죄도 생겨나게 된다.
미국 뉴욕의 전설적인 시장인 쥴리아니는 이 이론을 받아들여 환경 개선에 나섰다. 먼저 그는 지하철과 도시의 낙서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지운다고 하니 언론은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물러나지 않고 낙서를 지워나갔다. 그랬더니 낙서를 지운 지 90일 만에 범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1년 후에는 30~40퍼센트가 감소하고, 2년 후에는 50퍼센트, 3년 후에는 무려 80퍼센트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단지 범죄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환경이 인간에게, 그리고 인간의 심리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자살예방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쥴리아니가 범죄예방을 위해서 낙서를 지울 때 사람들은 경찰력을 더 늘려서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일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낙서나 지운다고 어떻게 범죄가 줄겠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낙서를 지우고 환경을 개선하니 범죄율이 줄어들었다.
자살예방도 이와같이 치유와 예방이 함께 가야한다. 자살을 시도하여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 그리고 이들이 다시 자살하지 않도록 돌보는 것, 또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들은 너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자살예방의 모든 대책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 실패와 우울이 곧 자살로 이어지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중요한 것이다,
요즘 라이프호프에서는 생명보듬 문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전국민안부물어보기 운동으로 ‘괜찮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SNS를 통해서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어보자는 것이다. 한 번 쯤 안부를 물어보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서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또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9월 10일이면 오전 9시부터 한강공원 반포지구의 예빛섬에서 생명보듬 페스티벌을 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생명을 선포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자살예방한다고 하더니 그렇게 축제를 벌여야 하냐고 말이다. 그 대답을 해야한다면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제시하고 싶다. 경찰의 무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낙서를 지우고, 깨진 유리창을 갈아끼우는 것이 더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죽음의 예방과 함께 생명의 환경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이 운동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이 땅에 선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내: www.lifehope.or.kr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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