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무더위에 모두들 안녕하신지 안부 인사를 다시금 여쭈어봅니다. 연일 폭염주의 경보 문자가 전송되고 있습니다. 속초와 고성도 낮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불볕더위가 계속되었습니다. 가까이 바다가 있으니 오히려 본격적인 물놀이를 하지 않던 저희 집의 아이들도 오늘은 해수욕을 제대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물이 얕은 화진포 바닷가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친척들이 진부령에 왔기 때문입니다. 더위를 물리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아이들에게 제일은 더위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는 것입니다.
어제 저녁 장을 보기 위해 원통으로 나갔는데 평소에는 3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1시간 30분이 걸려서야 마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속초에서 서울방면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량이 많아서였습니다. “서울 사는 사람들은 주말이면 다 속초로 온다.”고 말 할 정도로 속초에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가끔 장을 보는 저희도 주말에는 속초로 나가지 않습니다. 사실 서울의 교통체증에 비하면 별반 심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평소 야간에 차를 몰고 나가면 제 앞으로 지나가는 차는 한두 대이고 반대 차선에는 차량이 한 대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상대적으로 차량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달에 서울에서 교육이 있어 시외버스를 타고 출장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한 참 교육중인데 직장 동료들이 버스 시간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왔습니다. 주말까지 속초행 모든 버스표가 매진이었습니다. 평일에는 항상 여유가 있던 버스표가 휴가 성수기도 들어서기 전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포케몬고’라는 게임을 속초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속초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교육이 끝나고 동서울터미널로 달려 나가 다행히 원통행 버스표를 살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원통에서 내려 버스로 속초로 가는 방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속초 시내에서는 핸드폰을 들고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 서성이는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 오는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10대 학생들이 좋아하는 아프리카TV등의 1인 방송인들이 속초로 몰려왔습니다. 한 자리에 집결한 이 방송인들을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길거리 이곳저곳에 ‘포켓몬 GO! 고성 Go!'라는 현수막도 붙었습니다. 제게는 참 재미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저는 원체 게임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 저게 저렇게 인기가 있구나‘하고 생각만 하고는 하지 않습니다. 연일 뉴스거리가 되는 게임이 제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제 감각이 시대에 뒤떨어지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하튼 원래 휴가철이면 특수를 누리던 속초는 예년보다 더 바쁘고 분주한 여름을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5년 전 처음 속초로 휴가를 와서 관광객이었을 때는 수많은 휴가객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바다에 몸을 담그고 휴가를 즐기기 위해 먼저 고성에 자리를 잡고 목회를 하시는 분의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희도 주민이 되어 여름이면 저희 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쉴 만한 곳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보주민이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말입니다.
이른 아침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오늘 낮도 만만치 않은 더위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밤 즐겁게 잠을 잔 조카가 이불에 지도를 그렸습니다. 요 커버를 벗겨서 세탁기에 넣고 요 속은 햇빛에 말립니다. 모두 팬티만 입은 채로 갈비뼈가 송골송골 튀어나온 채 굴러다니며 잠을 자는 5명의 어린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이 될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시절에 수영장을 가기 전날 마음이 설레어 미리 불어놓은 튜브 위에서 잠을 자는둥 마는둥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속초에서는 보면 모든 사람들이 휴가를 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지로는 형편이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또 가족들을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준비한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 계획규모를 벗어난 지출과 밀린 업무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형편에 있든지 무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삶을 감당하고 있는 우리들은 주의 자녀입니다. 일상이 있기에 휴가가 의미를 가집니다.
일 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심을 감사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심도 감사하며, 더위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강건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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