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아니라 재의 회개가 필요한 때
2007년 한국교회는 대부흥운동 100주년을 성대하게 치렀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이루어진 기념집회에서는 10만 명이 넘는 성도들이 모여서 회개와 참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마 2007년 한국교회는 깊은 수렁에 빠져서 고민 중에 있을 때였을 것이다. 무언가 교회가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대부흥운동 100주년이라는 숫자에 집착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여름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벌어졌다.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이라는 테러집단에 피랍되어 2명이 죽고, 21명이 42일 동안 억류되었던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한국인이 아니라 기독교인 23명으로 다루어졌다. 그들이 무슬림 지역에서 무리한 전도를 하다가 결국 탈레반에 의해서 잡혀간 사건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반기독교정서와 함께 조직적인 안티기독교세력이 나타났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어디 나타나기도 두려울 정도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 피랍사태로 인해 한국교회는 큰 위기를 맞았다. 절묘했던 것은 대부흥운동 기념으로 한국교회가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흥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더군다나 10만 여 명이 모인 기념집회를 한지 10일을 겨우 넘긴 날 일은 벌어졌다.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가 해야 할 회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짚어 주신 건지 모른다.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 주신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 때 이후 한국교회는 끝이 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지탄이나 반기독교적 정서도 극렬해졌지만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교인이 교회를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013년 기윤실에서 행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한국교회에 대해서 단지 19.4%가 신뢰한다고 대답하여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응답자의 종교별 조사를 해 보니 기독교인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기지 못하고 47.5%에 머물렀다. 결국 이것은 한국교회가 외부적 공격이나 반감에 의해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제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내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이 숫자를 기념하려고 여러 방면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징조가 이상하다. 한 2주 전 한 일반 언론사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조금 껄끄러운 과정을 거쳐서 만났는데 기자는 종교개혁으로 태어난 개신교가 또 다시 종교개혁이 필요할 정도로 타락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개혁이 필요했던 그 때보다 한국교회가 더 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자가 내 놓는 이야기가 최근 경찰청 통계에 보면 성범죄를 일으킨 전문직종 사람들을 분석해 보니 종교인들이 1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은 그 대부분이 목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터뷰를 하는 내게 이것을 인정하고 개신교가 타락한 집단이라고 말하라고 한다. 인터뷰를 하며 상당히 거북했고, 기자와는 분위기가 거칠어질 정도로 언성이 오가기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마자 라이즈업무브먼트의 이동현의 사건이 기사화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믿음의 상식을 뛰어넘어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에 대한 분노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리고 2007년의 경험이 다시 살아났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다시금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맞이하고, 또 끝없는 추락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회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을 때 하나님께서 이방인의 막대기를 들어 쓰시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이 예언적 의미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악의 뿌리를 제하고, 진정한 회개가 필요한 때이다. 500주년의 축제가 아니라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의 자리로 나아갈 때 종교개혁은 우리 안에서 온전해 질 것이다. 분노가 아니라 회개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해야겠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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