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 = $”
이웃 종교에 소란스런 일이 벌어졌다. 한국 불교에 귀의한, 현각 스님이라 불리는 푸른 눈의 미국인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25년째 승려 생활을 하고 있는 이 백인 스님은 하버드대학출신이라는 사실로 더욱 유명해졌고, 자신이 쓰고 엮은 여러 저서로 일반에도 꽤 알려진 유명 스님이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실망한 한국 불교와 인연을 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얼마 전 서울대에 왔던 외국인 교수들이 줄줄이 떠난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현각 스님은 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불교계도 다를 바 없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스님들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일 뿐이라고, 이것이 자신이 25년 동안 경험한 것이라고 슬퍼했다. 이 일과 관련하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눌한 한국어로 글을 쓴 현각 스님은 그 끝을 이렇게 맺었다. “한국 선불교 전세계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는 그냥 기복 종교로 귀복시켰다. 왜냐하면 기복 = $. 참 슬픈 일이다...”
한국 불교를 떠난다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그의 실망의 이유로 다음의 것들을 지적했다. 한국불교의 상명하복식 유교 관습, 국적과 남녀의 차별, 신도 무시, 그리고 기복신앙. 이 푸른 눈 스님의 한국불교로부터의 퇴장이 씁쓸한 이유는 이것이 단지 이웃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스란히 우리 교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식 상명하복의 왜곡된 유교문화는 목사들 사이에, 목사와 신도 사이에, 또 신도들 사이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성직 자체에서의 성차별과 사역의 역할 분담과 관련된 남녀의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며, 신도들을 무시하고 신도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사역자의 태도 역시 유감스럽게도 그리 드물지 않다. 기복신앙이야 말하면 입만 아플 지경이니, 어쩌면 이렇게 한국불교의 문제점들은 한국기독교의 문제점들과 닮아 있을까? 결국 다른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한국 사람의 문제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숭고한 종교의 진리가 단순한 기복 종교로 변질되었다는 그의 비판은 우리에게도 뼈아프다. 그리고 “왜냐하면 기복 = $”라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국어에 완전히 숙달되지 않았기에 단순하고 다소 어눌하게 표현된 그의 말은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다. “기복 = $”. 기복은 곧 돈이라는 현각 스님의 말에 따르자면 ‘기복 종교’는 곧 ‘돈 종교’라는 말이 된다. 돈 종교, 어쩌면 이 단순한 상스럽고 저속한 표현이야말로 지금의 문제적 기독교를 가장 직설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푸른 눈의 승려는 그나마 자신이 환멸을 느낀 곳을 버리고 떠날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갈 곳 없는 우리에게는 어떻게든 살려야 할 교회이고 종교다. 그러니 ‘기복’이라는 수식어를 어떻게든 종교라는 단어로부터 떼어내도록 하자. 종교는 그저 종교로 충분하다. 진리는 복잡하고 현란한 수식어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란한 수사(修辭)를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거짓말뿐이기 때문이다.
“수천 마리의 양이나 수만의 강줄기를 채울 올리브기름을 드리면 주님께서 기뻐하시겠습니까? 너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인지를 주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미 말씀하셨다.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 6:7-8)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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