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배우는 인간교육
독일에서 유학을 하는 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웠다. 큰 아이는 독일에서 낳아서 자라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서야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제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으니 벌써 한국에 온지도 14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던 생각이 종종 난다. 독일의 학교는 무엇보다 경쟁이 없고 여유로웠던 것 같다.
독일학교는 학부모회의가 자주 열린다. 보통 한 학기에 두 번 정도는 학부모들이 모여서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나도 학부모회의에 매번 참여했었다. 1학년 첫 학기가 시작하고 한 달이 훌쩍 넘었을 때 학부모회의가 있었다. 담임이었던 국어선생님이 나와서 학습 진도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이제 아이들이 알파벳 대문자를 떼고 소문자를 쓰기 시작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견스럽다는 표정이다. 나는 상당히 뜨악했다. 한국 같으면 벌써 읽고 쓰기는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유치원에서 이미 한글은 떼고 학교를 들어온다는데 신기한 일이다. 첫 학기가 마칠 때쯤 있었던 학부모회의는 더 충격적이다. 수학선생님이 나와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이제 아이들이 1부터 20까지 자유자재로 더하고 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한 학기동안 수학을 공부해서 아이들이 더하기 빼기를, 그것도 20까지 할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하다니 말이 되는가. 아마 한국의 학부모들이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느려도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그런데 독일의 학부모와 선생님들은 진지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니 정말로 아이들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수학선생님은 일본과 한국의 아이들이 수학을 잘 한다고 이야기한다. 세계수학경시대회를 하면 일본과 한국의 학생들이 석권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수학을 일본이나 한국처럼 열심히 가르칠 것이라고 한다. 학부모들이 한국인인 나를 존경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런데 속으로는 한국의 교육을 따라올 필요는 없는데 너무 오버하신다는 생각뿐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분명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대학을 가면 달라진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과연 독일의 대학생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물론 한국의 대학생들이 공부는 더 열심히 한다. 대학도서관에 가보면 빈자리가 없다. 좋은 학점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보면 독일 대학생들에 비해서 훨씬 더 열심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보면 취직하기 위한 또 다른 입시를 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이들의 학문적 능력을 비교한다면 독일 대학생이 훨씬 더 우월할 것이다.
독일학교는 초등학교 과정이 4년이다. 특이하다면 4년 동안 선생님도 안 바뀌고 학생도 안 바뀐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이 학급이 유지가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독일 사람들은 이사를 잘 안 가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 학급과 선생님은 유지가 된다. 결국 2, 3년만 지나도 아이에 대해서 부모보다 선생님이 더 잘 안다. 4년이 지나면 선생님은 이 아이가 대학을 가기 위한 인문계 학교를 갈 것인지, 취업을 위한 직업학교를 갈 것인지를 정해준다. 초등학교 4년이 지나면 이렇게 인생이 갈리는데, 그것을 초등학교 선생님이 정해준다는 것이다. 근데 대부분의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은 이 결정에 순종하여 따른다. 결국 이렇게 되니 대학진학율은 35%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90%까지 갔다가 현재 70% 수준으로 알고 있다.
가끔 우리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잊고 사는 것 같다. 단순하게 잘 먹고 잘 살려고 공부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학교에서 인생과 세계를 배우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그런 먹고 살 방법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학교를 나와서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 나올테니 말이다.
조성돈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