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고양이 법’과 이상 사회
인류는 태어나면서부터 행복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꿈꾸어 왔다. 플라톤의 <국가>에서부터 많은 성현들의 가르침과 주장은 인간이 인간답게 서로 행복하며 평화로운 사회를 지향해 왔다. 서양의 철학과 종교도 사랑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고르게 일하고 정당하게 대우 받는 사회,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국가를 지향해 왔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루소의 <사회계약론> 등은 인간 사회와 구조의 기본 정신과 틀을 제안한 사상들이다.
동양의 성현들도 이상향을 제시하였다. 불교의 극락과 미륵정토, 유가의 대동사회, 도가의 소국과민, 기독교의 천국 등은 인류가 꿈꿔온 이상사회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대동(大同)사회는 사람이 천지 만물과 서로 융합하여 한 덩어리가 되며, 모든 사람의 신분이 평등하고 재화가 공평하게 분배되며, 인륜이 구현되는 이상 사회라 할 수 있다. 도가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은 부국강병이라는 '큰 나라 많은 백성'이 아닌,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라는 의미로, 소규모의 공동체를 이상적으로 보며, 인위와 제도를 거부하고, 문명의 발달이 없는 무위(無爲)와 무욕(無慾)의 이상 사회, 장자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인 어떠한 인위도 없는 자연(自然) 그대로의 사회를 말한다.
미륵세상은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세상에 내려와 구현할 세상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과의 모든 대립이나 갈등이 해소되고, 억압과 궁핍이 사라져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며, 현재불인 석가에 이어서 나타나게 될 부처를 말하며, 미륵이 장차 지상에 내려와 내세를 구원한다고 한다.
우리가 성현들의 가르침대로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한다'면 바로 이상사회는 우리 가운데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그것이 더 넓혀지면 가족중심주의, 지역주의, 혈연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되어 타자를 멀리하고 핍박하게 되었던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 종교의 이름으로 같은 종교내의 다른 생각을 한 집단을 이단으로 몰아 화형시키고, 다른 종교와의 100년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근대 이후 인권의 신장으로 피부색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 약자를 차별하는 것을 막는 인권이 향상되어 오고 있다. 인간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저임금에 대한 인권적 조항이 법제화되고 매년 시끄럽지만 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관련법들은 성현들의 가르침이 실천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강제적으로 그리고 소극적 장치로서 이상사회에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몇 년전 인류는 금융위기,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월가의 시위에서 보듯이 과도한 임금의 격차와 왜곡된 부와 그 분배 구조에 젊은이들이 공분하여 거리에 튀쳐나왔다. 이는 전 세계로 저 인류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으며, 다양한 경제이론들이 나타났다.
근래 우리사회에 최고임금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소위 ‘살찐 고양이 법’ 발의되었다. 2016년 6월28일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법인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내용으로, 기업은 30배, 공공기관은 10배, 그리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개인과 법인에 부담금과 과징금을 부과해, 그 수입으로 저소득층 지원 사업에 활용하자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시켰다. 실제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6030원을 적용해 최고임금을 계산하면, 법인의 최고 연봉자가 가져갈 수 있는 연봉은 한 해 4억5670만원이 된다. 그런데 과연 그 정도의 연봉을 받는 이가 몇이나 될까. 전경련에서 발표한 소득분위별 평균연봉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임금근로자는 39만명으로 2.7%에 불과하다. 최고임금법이 시행되어도 97.3% 이상의 사람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살찐 고양이 법’이 국회를 통과될 확률은 거의 없다. 현대 경영학의 구루 드러커(P. Drucker)는 <프런티어의 조건>에서 고위 경영자의 연봉은 말단 직원 연봉의 20배가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임원 보수는 기업의 성과와 관련이 거의 없고, 최고경영자와 직원 간의 봉급 비율이 20 대 1 이상이 되면 직원의 사기가 저하되어 오히려 조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사회의 노블리스들(Noblesse)이 오블리쥬(oblige)를 더 깊이 자각하고 솔선하고 나누며, 공존, 공생하는 자세를 확대할 때 우리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경은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 그 선행을 갚아 주시리라" (잠19:17; He who is kind to the poor lends to the LORD, and he will reward him for what he has done.)라 하며, 예수님도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25:40; "The King will reply, 'I tell you the truth, whatever you did for one of the least of these brothers of mine, you did for me.')라 말씀하신다.
김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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