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보다 뿌리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가 만난 화분들은 그런 것들이 많았다. 화분도 색깔이 곱고 나무도 튼실해 보인다. 하지만 며칠 안 가 어느 새 시들해진다. 당연히 물도 충분히 준다. 하지만 좀처럼 처음의 당당한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 집 화분만이 아니다. 교회에 들여놓은 화분들도 그런 경우가 많다. 관리를 잘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부터 문제가 있는 화분들이 있다. 화분과 나무를 분리해 보면 문제가 명확해진다. 흙은 얼마 없고 스티로폼이 화분 안에 가득하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는 수명 단축을 위해 부러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장사가 된다는 속셈이다. 가전제품 등 공산품도 연한을 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만약 이게 이유라면 참 고약한 장사속이다.
다른 하나는 화분이 너무 무거워 운반하기가 어려우니 흙을 절반만 채우고 가벼운 스티로폼으로 채운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좀 참아줄 만한 이유다. 전자가 이유든 후자가 이유든, 화분에 심긴 나무가 올곧게 자랄 환경이 아닌 건 분명하다.
겉보기가 멀쩡해도 속이 곪아 있으면 성장할 수 없다. 가지가 번성해도 뿌리가 나약하면 성장할 수 없다. 언뜻 보기에는 건강하고 강인하게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겉모습만 괜찮게 보였지 그리 강하지도 않고 점점 쇠약해져가는 나무였다.
겨울이 다가와 바람이 강해지자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나무들이 그런 자신을 얕보는 것같이 느낀 나무는 새로운 나뭇가지를 자라나게 하여 훨씬 더 강하고 멋있게 보이도록 만들어 나갔다.
어느 날 갑자기 태풍이 몰아쳤고 나무는 뿌리째 흔들렸다.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는데 옆의 나무가 자신의 몸에 기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람에 별 해는 입지 않았다. 태풍이 그쳤을 때에야 나무는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무는 자신을 도와준 옆의 나무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맙네. 자네는 어떻게 이런 세찬 바람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 수 있나? 모진 태풍 속에서도 나를 도와줄 힘까지 지닌 비결이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없겠나?”
도와 준 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주 간단한 일이야. 자네가 새로운 가지를 만들기에 온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는 동안 나는 뿌리를 깊숙이 내렸다네.”
온 세상이 아름다운 미모에 열광한다. 심지어는 예쁘지 않으면 취직이 안 되어 취직을 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이들이 생길 정도다. 이런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 돈을 버는 이들도 있다. 온 나라가 외모지상주의에 빠질 때 잊으면 안 될 것이 있다.
겉의 아름다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특히 성도는 겉보다 속을 채워야 한다. 가지보다 뿌리를 튼실히 가꿔야 한다. 몸보다 마음, 외형보다 실력, 외식이 아니라 영적 충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가꾸고 있는가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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