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녹음이 우거져 빛나던 계절에는
한줄기 실바람에 일렁였소
스쳐 가는 미풍에 살랑거렸소
산들바람에 소란스레 출렁였소
흔들린 건 바람 탓이었소
고요할 수 없는 이유였소
헐벗은 가난을 앙상히 걸친 지금
차가운 삭풍에 놀라지 않소
거센 된바람에도 나부끼지 않소
휘몰아치는 높바람에도 휘날리지 않소
바람이 어쩔 수 없는 게 있소
바람이 흔들지 못하는 고요가 있소
정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