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선교 환경을 바꾼다(1)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지구 평균기온이 1.1도 상승한 가운데,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후변화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긴 하지만, 전 세계 모두에게 같은 수준의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중 제2 실무그룹 보고서로 보면 가난한 지역에 기후위기 피해가 더 크다. 빈곤과 거버넌스 문제, 기초서비스와 자원에 대한 접근 제한, 격렬한 갈등, 기후에 민감한 생계 등의 문제가 있는 지역이 기후 취약성이 더 높다. 서부‧중앙‧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북극이 가장 취약하다고 나와 있는데,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홍수‧가뭄‧폭풍으로 숨진 이들이 취약하지 않은 곳보다 15배 더 높다. 이런 기후위기 취약층이 전 세계적으로 33억~36억 명이나 된다.
그런데 기후 취약지역 대부분이 한국교회가 주로 선교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은 이 같은 사실에 얼마나 민감할까. 기후위기 시대의 선교사들은 복음을 선포하는 일과 동시에,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돌보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을까. 주님은 세상에 오셔서 마을과 도시를 두루 다니시며 복음을 전할 뿐아니라 가르치셨고 병든 곳 약한 곳을 치유하셨다. 선교사들은 복음과 함께 기후위기를 일깨울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양극화 현상을 줄이고, 책임 있게 피해를 줄여야 할 이들을 일깨우는 일을 하고 있을까.
얼마 전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하 살림)이 설문을 통해 221명의 선교사에게 물은 바에 의하면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선교사들은 이번 설문을 통해 자신의 선교현장을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새로이 인식하면서, 함께 탄식하고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생명을 의식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했다. 그런데 선주민들보다 위기감은 높았지만,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 사역을 하고 있지를 않았다. 선교지의 기후환경문제를 알지 못하고, 선주민의 영혼구원과 생활지원이 더 급했기 때문이라는데, 여기에 한국교회가 선교를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게 새롭게 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렇다. 한국교회의 선교지가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만큼, 선교의 주체가 되는 선교사와 교회는 현지인들과 함께 시대를 분별하면서 새로운 선교전략을 세워야 한다. 물론 새로운 선교에 있어 당장은 기후 취약 선교지에 대한 기후위기 대응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그 지원의 내용은 기후 취약 선교지들이 기후위기의 영향에 적응하게 하는 지원이 되어야 한다. 자칫 ‘적응’이라고 하니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그럭저럭 안전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후 변화에 적응한다는 건 오히려 기후 변화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선교지에 있는 교회든, 한국에서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든, 배출된 탄소로 인해 고통받는 하나님의 피조물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이 새로 일어서게 하는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선교전략 속에서 지금부터 준비하면 긴급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교회들마다 ‘적응’ 차원의 창조세계 돌봄의 선교로의 전환을 서두를 일이다. 일례로 선교사가 파송되는 선교지가 어떤 기후 취약성을 갖고 있는지 살피고, 그에 필요한 기후 적응 교육과 더불어 적응에 필요한 물품과 시설을 준비해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후 재난이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폭염이나 홍수에 대한 경보시스템은 후속 피해를 30%까지 줄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조기 경보 덕분에 사이클론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지난 40년 동안 100배나 줄어들었다. 기후 예측 경보시스템을 확인하게 하고, 선교지가 있는 나라에서 없다면 BBC에서 일주일씩 예보하는 것을 알려주어 갑작스런 기후 재난에 선주민들과 적절히 대처하도록 안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