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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1-15 23:58
   
《비밀의 언덕》 (2023)
 글쓴이 : dangdang
조회 : 8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96 [57]

 



《비밀의 언덕》 (2023)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이 영화에 대해 가장 간단히 말한다면 ‘한 소녀의 성장을 다룬 성장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가 다루는 주제에 관해서라면 ‘글쓰기에 관한 영화’라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1996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소녀 명은의 1년간의 삶을 그려낸 이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비밀의 언덕》은 그렇게 단순하게만은 말할 수 없는 겹겹의 사유를 제공한다.

 

영화는 문방구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선생님의 선물을 고르는 명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선물로부터 시작하여 포장지 하나, 포장지 위의 장식 하나까지 정성스럽게 고른 명은은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께 긴 편지를 쓴다. 명은이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특별히 선생님을 존경하거나 애정해서가 아니다. 가정형편을 파악하는 교사와 학생의 개인면담을 모든 학우들이 듣는 교실에서 하기 싫어서이다. 그러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명은은 부모의 직업을 포함한 모든 대답을 거짓말로 일관한다. 그리고 자신의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한마디로 명은은 자신의 부모가 부끄럽다. 젓갈장사라는 직업도 그렇고, 명은의 기준으로 볼 때 최소한의 사회적 품위도 없이 살아가는 부모가 명은은 싫다. “왜 이렇게 막살아?” 이렇게 부모를 경멸하는 명은은 나름의 자리에서 품위 있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반장선거에 나가 기발한 공약으로 당선되고, 반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 노력은 제법 결실을 맺고 인정과 사랑도 받으나 거짓으로 포장된 부모는 불안하게 명은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글짓기 공모는 명은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된다. 이 또한 열심을 다해 철저하게 준비한 명은은 당당한 성과를 올린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던 명은의 삶은 새로 전학을 온 이란성 쌍둥이 혜진과 하얀 자매로 말미암아 예상치 못한 균열을 맞기 시작한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가족의 치부를 숨기려 하는 명은과 달리 같은 반이 된 혜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는 없고 엄마는 유흥업소 사장이라고 말한다. ‘평화’라는 주제를 위해 통일전망대까지 방문하여 글을 써내 우수상을 받은 명은과 달리 혜진과 하얀 자매는 단 1시간만의 글짓기로 최우수상을 차지한다. 모범답안 같은 명은의 글과 달리 혜진과 하얀의 글에는 가감 없이 치부를 드러내는 솔직함과 그로 인한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명은의 우주는 크게 흔들린다. 명은의 아슬아슬한 거짓 역시 시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글짓기 공모전과 함께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이때 명은은 두 개의 글을 공모한다. 하나는 이전까지의 방식대로 최대의 공을 들여 작성한 모범 글쓰기, 또 다른 하나는 최근 친해진 혜진의 방식을 따라 가족의 치부를 드러낸 솔직한 글쓰기. 놀랍게도 솔직한 글쓰기가 대상을 받는다. 하지만 대상을 받은 자신의 글이 신문에 실릴 것이라는 사실을 안 명은은 경악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거짓이 아닌 단 하나의 작은 진실이 감당할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명은의 세계는 아직 좁다. 복잡하고 거대한 어른들의 사정과 마음을 명은의 자리에서는 알 도리가 없다. 명은은 경멸스럽기만 한 부모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명은이 보고 들은 범위 안에서만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난하게 거친 후 명은은 영화의 끝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로 진입한 모습을 보인다. 소녀는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성장은 치장된 근사한 모습이 아니라 아련하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바로 그 아련함이 영화를 풍부한 사유로 이끈다. 참과 거짓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불완전한 앎에 대해, 오만과 질투에 대해, 자존심과 열등감에 대해, 능력의 한계에 대해... 이제 조금은 성장한 명은의 세계는 여전히 작고 불안하다. 하지만 명은은 분명 이전보다 나은 인간이 되었고, 어쩌면 먼 훗날 좋은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 작은 깨달음을 얻은 명은이 자신의 부끄러움을 자신만이 아는 비밀의 언덕에 묻어버렸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묻어버렸을 뿐이지 없애지는 않은 것이다. 없애지 않았으니 결코 잊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기억과 의식이 소녀를 유혹과 좌절에서 지켜줄 것이다. 마치 우리가 저지른 죄에 대한 기억과 의식이 우리를 의와 은혜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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