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흩날려 떨어지는 꽃 사태처럼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하늘
길은 낯을 가리고
빈 들판은 엎드리고
작은 집들은 조아리고
헐벗은 산들은 일어서고
앙상한 나무들은 손을 들고
쏟아지는 하늘 사태(沙汰)를 맞는다
찢으며 도래하는 하늘을 받들고 있다
하얀 천지 하얀 고요
태초의 어느 한날인 듯한
시원(始元)의 떨림 속에서
나에게도 묻는다,
그대는 어찌 예배하려는지를.
-정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