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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88]
 
 
 
     
 
 
 
작성일 : 24-01-09 03:46
   
산 밑으로의 이사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60 [85]

 

산 밑으로의 이사

 

지난해 10월 말 산 아래로 이사를 갔다. 예전에 살았던 곳에서 천천히 걸어 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그곳에 도착하려면 외길, 오솔길을 지나야 한다. 가는 길에 집 한 채 있고, 포장된 길을 따라 앞으로 주욱 걸어가면 축사가 있다. 나는 그 축사를 가기 전 오른쪽으로 빠지는 농로가 있는데 그곳으로 걸어 들어간다. 길 옆으론 밭과 복숭아 농장이 있고, 작은 개천이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365일, 사계절 내내 졸졸졸 맑고 깨끗하게 흐른다.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내가 여기 오기 전부터 있었던 작은 묘가 하나 있고, 그 묘 위쪽으며 몇 년 전에 귀촌한 그러나 농사철이나 주말에 한 번씩 내려오는 예쁜 집이 있다. 묘와 복숭아 작업장, 귀촌한 집 귀퉁이를 돌면 산 밑에 내가 거처하는 집이 보인다. 

 

이 집은 17년 전에 흙으로 벽돌을 구워 만든 집이다. 본래는 기도하는 거처로 훈련원에서 지은 방 두칸 짜리 집이었다. 이후 귀농한 젊은 내외가 내려와 거실 겸 주방과 화장실을 내어 6년 동안 살다가 떠났다. 처음 사람이 떠나자 다른 젊은 내외가 와서 음성에서 글쓰는 일로, 음성 지역 내 평화 지킴이로 10여 년 살다 읍내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내가 바통을 이어받아 작년 가을 말에 들어온 것이다. 직전에 살았던 내외가 겨울이면 추위에 고생을 많이 하였던 터라 나는 들어가기 전에 집수리를 단단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형편을 빤히 아는 교회 집사의 남편을 통해 집 주위를 모조리 뜯어고쳤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간단해 보였던 수리가 내 생일날인 5월 18일에 시작하여 10월 18일까지 5개월 동안 대공사(?)로 마무리되었다. 그 중간 비 피해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유실되기도 했다. 여름 장마 때면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좀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산 밑의 거처로 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장애는 문제없어 보였다. 오히려 다른 것이 내 발목을 잡았다. 이 부분은 나중에 거론하겠다. 

 

늦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서둘러 짐을 정리했다. 부산스럽게 정리된 짐은 1톤 트럭 두 대가 와서 큰 짐을 옮겼고, 작은 짐들은 내 차로 옮겼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들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인 비닐하우스 안에 쌓여있다. 만약 이사를 일찍 했더라면 튼튼하게 지은 비닐하우스에 상추나 시금치를 심어 겨울 반찬으로 먹을 요량이었으나 그 바램은 내년으로 미뤘다. 집은 화목보일러다. 기름보일러 연동도 아닌 오로지 화목으로 난방을 한다. 지난번에 살았던 곳은 연탄보일러라 아침저녁으로 연탄을 가느라 신경을 썼는데 이번에는 아침저녁 그리고 잠이 들기 전 나무를 집어넣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런 수고를 한 뒤 맞는 집 안 온도는 정말 따뜻하다. 음성 생활 10년 아니 내 생애 처음으로 실내온도는 평균 20도다. 처음엔 적응이 안되어 혼났다. 매번 15도에서 17도 사이에서 살다가 20도에서 사니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따뜻한 방안 기온에 그동안 굽었던 몸이 펴지는 듯 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움직이는 것이 즐겁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이곳이 천국이로소이다. 

 

화목보일러를 마주하니 땔감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전에 연탄을 피울 때는 온통 연탄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디를 가든 보이는 것이 나무 뿐이다. 행여 길가에 나무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또 나무를 잔뜩 싣고 가는 트럭을 보는 날은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트럭이 사라질 때까지 트럭에 실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지금도 집으로 오고 가는 길에 주위 산을 바라보면 쓰러져 있는 나무에 시선이 고정된다. 시간이 되면 꼭 톱을 들고 올라가 베어오리라 하는 다짐을 가지고. 다행히 집 마당에는 베고 쓸고 정리할 나무가 잔뜩 있고, 가까운 곳에 제재소가 있어 필요하면 주문을 하면 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성이 차지 않는다. 지금은 원형톱으로 나무를 베고 있지만 나의 로망은 전기톱으로 쓰윽 베는 그 느낌을 빨리 익히고 싶은 것이다. 산 밑으로의 이사.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지만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들로 여전히 좌충우돌이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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