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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9]
 
 
 
     
 
 
 
작성일 : 23-08-06 01:17
   
이만저만한 휴가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904 [80]

 

 

이만저만한 휴가

 

  휴가철이다. 7월 말과 8월 초는 서울 시내 퇴근길 지하철도 한산하다. 하긴 내가 사는 다세대 주택의 계단 청소를 맡은 늘푸른환경 용역 노동자부터 용산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휴가를 떠났다. 무더위 속에서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무릅쓰고 휴가를 다녀오는 이유는 다음 단계로 나아 가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기도 한단다.  

 

  아내와 무더위를 피해 영화관으로 피서를 다녀왔다. 모처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다가왔다. 바닷속 진풍경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스크린은 여름을 타지 않고 흥행 중이란다. 그 영화를 선택한 것은 CBS ‘신지혜의 영화음악’에 등장한 영화를 만들고 음악을 입힌 감독들 이야기 덕분이다. 그들은 1970년대 유행가들을 실컷 들을 수 있다고 유혹하였다. 뜨겁게 달아오른 고속도로 위, 평화캠프에서 돌아오면서 라디오 방송이 뿜어대는 십대 때 들어봄직한 추억의 노래에 잠겼다. 영화 ‘밀수’이야기다.   

 

  라디오에서 휴가 이야기가 이어졌다. 누구는 여름휴가 동안 재래시장을 다니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라고 하였다. 휴가는 기다릴 때가 즐겁지 막상 떠나면 고생과 전쟁이라는 너무 뻔한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다. 사실 휴가철이 되면 한반도가 더 비좁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너무 좁은 선택지 때문에 외국으로 나간다지만, 국내든 해외든 두 주간 새, 저마다 떠나는 북새통은 상상하기만 해도 뜨겁다.       

 

  독일에서 목회자로 처음 받을 디딘 때는 1994년 6월 초였다. 그해 한국의 여름은 관용구처럼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역대 최고의 폭염(暴炎)으로 기록된다. 종종 드라마에서 ‘94년 더위’란 말이 관용어로 쓰일 정도이다. 기록에 따르면 전국 폭염일수가 29.4일, 서울의 열대야는 29일간 지속되었다. 에어콘 보급율이 아주 낮았으니 그야말로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게다가 그해 봄부터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갔다. 남북대화 중 “서울 불바다”란 망언이 나왔던, 그야말로 찜통정국이었다. 

 

  독일도 무덥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착하자마자 대심방을 했는데, 대부분 화제가 휴가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아직 휴가철은 한참이나 남았는데, 마음은 이미 휴가지로 향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내 독일어 단어장 첫 페이지 낱말 중 ‘Urlaub’는 최고 빈도수를 자랑한다. ‘휴가’란 뜻이다. ‘Urlaub’은 얼마나 사랑받고, 자주 활용되는지 관련 용어를 따로 정리할 정도다.  

 

  종종 휴가지로 독일 생활에 낯선 목사를 초대해 주었다. 여러 교우가정들이 어울려 캠프를 차린 네덜란드 북부 해변은 하루에 다녀올 만한 가장 쉬운 목적지였다. 그들은 6주간의 정기 휴가 중 절반을 한꺼번에 낭비하였다. 나머지 3주간은 한국 방문을 기약하며 아껴둔다고 했다. 아무리 3주간 동안 한 곳에서 지내는 휴가라지만 절반인 정점을 찍으면 남은 날이 내리막으로 치닫는다고 한다. 다시 일할 걱정에 휴가의 끝이 두렵다고도 했다. 그만큼 교우들의 삶이 고달프고, 노동 강도가 쎘다.  

 

  한 번은 부퍼탈(Wuppertal)에 사는 교우 가정에 심방을 했다. 그의 형님이 경영하던 식당을 인수해 다시 문을 열면서 개업식을 하였다. 형님은 20년 이상 운영하던 식당과 태권도장을 넘기고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고 했다. 부퍼탈 인근은 독일에서도 유명한 기후불량 지역으로, 늘 비가 오고 날씨가 쓸쓸해 건강을 해치고, 마음도 우울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군 터전을 모두 정리하고 호주이민을 결심한 배경이다. 

 

  형님은 지난 여름에 다녀온 호주 휴가에 반했다고 한다. 얼마나 환상적인지, 휴가 기간 내내 날씨가 맑고, 따듯하고, 깨끗하였다. 몸도 마음도 건강이 회복되는 듯 했다고 한다. 그런데 1년이 조금 넘어 형님 부부가 다시 독일 부퍼탈로 되돌아왔다. 날마다 해가 짱짱한 날씨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껏이지, 날마다 맑고, 따듯하고, 깨끗하니 싫증이 났다. 세 달쯤 지나니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여겨지던 비가 그리웠다. 결국 날마다 해가 뜨는 그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워, 커다란 손해를 무릅쓰고 독일로 귀환을 결심한 것이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여름 휴가지를 결정하였다. 9월 중순에 전주 소리축제에 다녀오려고 예약하였다. 국가무형문화재들의 판소리 수궁가와 춘향가 완창을 듣고, 창작극 ‘그냥 심청’과 경기시나위의 국악 연주를 보기로 하였다. 명인들이 수십 년 가다듬어온 호흡을 가까이서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 들뜬다. 전주 음식 또한 얼마나 삼삼한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공간과 시간에서 최고봉은 역시 안식일이다(창 2:2-3). 일곱째 날을 가리켜 ‘시간의 지성소’(아브라함 조슈아 헤셀)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시던 일을 마치시고, 모든 일을 그치고 쉬셨다는 말씀은 얼마나 친밀하고 친절한가.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은혜로운 쉼과 위로 그리고 구별된 시간을 선물하셨다. 그래서 은총(恩寵)이다.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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