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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7-13 00:19
   
예초의 계절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772 [100]

 

예초의 계절

 

바야흐로 예초의 계절이다. 산천이 초목으로 도배를 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이미 춘삼월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모든 식물은 그것을 먹을 수 있든 먹지 못하든 잠재적인 예초 대상들이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도 손을 대지 않고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필시 베어야 할 것들이다. ‘올해 언젠가는 먹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그렇게 하여 방치하였다가 낭패를 본 것이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머위와 쑥이 그렇다. 둘다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건들지 않았다가 지금 키가 엄청 자랐다. 물론 먹기도 했다. 그러나 한두 번이면 족하다. 더욱이 혼자 사는 밥상에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머위는 잔뜩 뜯어 손질은 해놨지만 제대로 먹은 적이 없어 냉장고 안에서 상하여 버렸다. 쑥은 어떤가. 쑥국, 쑥버무리, 쑥개떡, 쑥절편 등 쑥 만찬을 벌이려 했지만 부활절과 교회 생일에 쑥절편을 맛본거 말고는 없었다. 그러니 먹고자 하는 마음은 크나 실제로 먹은 것은 한두 번이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예초를 일찍 시작했고 여러번 했다. 집 뒤의 밭으로 가려면 풀을 밟고 지나야 했다. 오고가는 발자국이 많다면 풀길이 다져졌을텐데 혼자만 다니는 길이라 풀이 사람 발목까지 자라면 아침에는 이슬에 젖고 저녁에는 풀 끝에 쓸려야 했다. 나의 충견 한라가 지나다니는 자리라도 풀이 더디 자라는데 나이가 많아서인지 이제는 걷거나 뛰는 일이 별로 없다. 삼시 세끼 후 집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안한다. 물론 덥기도 하고 요즘은 비가 잦아 그럴 수 있다. 그래서 풀이 자라기 시작할 때부터 예초를 시작했다. 비 오기 전에도 하고 비가 그친 뒤에도 했다. 내 집뿐 아니라 이전에 살았던 집 주위도 열심히 했다. 

 

내가 관리(?)하는 예초 구역은 여러 곳이다. 내 집 주위와 밭 주위, 이전에 살았던 집 주위, 훈련원 공동체의 집 마당과 주변, 훈련원 창고로 가는 길, 공동으로 농사짓는 논두렁 그리고 이번에 하나 더 생겼다. 앞으로 이사갈 곳이다. 휘발유 1리터와 엔진오일 0,1리터면 한두 구역을 할 수 있다. 하루에 다 할 수 없어서 여러날 정하여 한다. 힘이 남을 때는 연달아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할 때는 약간 틈을 두어 한다. 예초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예초날에 베여 뱉어내는 풀의 쓴 향과 비릿한 향이 좋다. 간혹 예초날을 돌리다가 잠시 서서 일부러 풀향을 맡기도 한다. 예초하는 날은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고양이들도 좋아한다. 내가 예초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예초가 끝났다 싶으면 냥이들은 어느새 풀밭으로 와서 거사를 치른다. 소변을 보든 대변을 보든 녀석들의 대소변 행위는 매우 경건해 보인다. 주위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응시한 채 있는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내가 가까이 가도, 옆에 가서 말을 걸어도 개의치 않는다. 그 다음날 예초한 곳을 가보면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다녀갔는지 알 수 있다. 

 

며칠 전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 수리를 위한 출장 서비스를 나왔다. 이장님의 안내 방송을 듣고 예초기 날을 교체하러 마을회관에 내려갔다. 대부분 나처럼 예초기를 수리하러 오거나 경운기를 고치러 오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나는 손기술 있는 사람이 참 부럽다. 농촌에 살면서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보일러, 목수, 수도, 전기, 농기계 등 기술자의 손을 빌릴 곳이 많은데 갈수록 부품비와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감히 부르기 어려워졌다. 그런 이유로 나도 제법 몇 가지는 스스로 해결한다. 지난 주일에도 예초를 하고 나서 무딘 예초날을 교체하려 했는데 나사가 너무 조여져서 일반 전동드릴로는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평일에 공구상에 가서 교체를 하려고 하였던 차에 농업기술센터에서 출장 서비스를 해 준다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던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역시 연장이 좋아야 한다. 예초날을 교체하고 난 뒤 예초를 하니 어찌나 부드럽고 날렵하게 풀이 베어지는지 기분이 상쾌했다. 시간도 절약되었다. 콩밭의 풀도, 들깨밭의 풀도, 작물보다 키가 컸던 풀들이 나의 예리한 칼춤에 스스슥 베어지고 날리고 쓰러졌다. 베어낸 풀을 밟고 돌아오는 발길은 가벼웠고, 눈은 시원했으며, 코는 갓 벤 풀향으로 벌렁거리고, 입은 기분 좋은 미소가 한가득했다. 아직 베어야 할 자리는 많고, 8월 중순까지는 예초기를 휘둘러야 하겠지만 지금처럼만 한다면 올해의 풀과의 전쟁은 기필코 승전보를 울리지 않을까!​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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