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탕과 마늘목살의 콜라보레이션 용산 한강집
장마기간이다. 중간 중간 장대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지난주엔 찌는 듯 한 무더위에 냉면, 냉모밀, 냉콩국수 등 시원한 국물들을 찾았었는데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엔 뜨끈한 국물이 당긴다. 때마침 오늘은 친하게 교제하는 공동체의 모임 날이다. 가장 맏형님께서 추천한 ‘한강집’이라는 식당에 모여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한강집은 용산 삼각지역 사거리에 있다. 형님께서는 결혼기념일마다 형수님과 함께 여기에 오셔서 식사할 정도로 이 집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비가 오는 오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식당이다.
한강집은 1981년 오픈한 42년 전통의 노포식당으로 생태탕 전문점이다. 예전에는 허름한 매장이었지만 2016년에 리모델링해서 현재는 외관과 실내가 깔끔하다. 식당내부도 꽤 넓고 자리도 많다. 지하철 삼각지역 8번 출구에 인접해 있어서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아주 좋지만 주차공간은 없어서 주변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용산베르디움프렌즈 아파트 지하유료주차장에 주차하고 190m만 걸으면 된다. 20분에 1000원이다)
소문난 맛집의 특징은 메뉴가 심플하다는 것인데 이 집의 메뉴는 생태매운탕과 생태지리탕, 마늘목살 3가지 밖에 없다. 모두 가격은 1인분에 160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고 맛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봐줄만 하다. 모두 2인분이상씩 주문가능하다. 반찬은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조미김이 나온다.
5명이 모여서 마늘목살 5인분과 생태탕 3인분을 주문했다. (생태의 공급이 어려울 때는 생태대신 대구가 사용되기도 한다. 생선 맛의 차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고기전문점도 아닌 생태탕집에서 숯불로 고기를 구워주는 이 조합은 평범한 조합이 아니지만 꽤 잘 어울린다. 마늘목살은 주물럭 스타일로 으깬 마늘과 고소한 참기름향이 덧 입혀져 풍미가 좋다. 숯불이 세팅되고 양파장아찌와 생마늘과 쌈장 등 고기와 함께 먹을 곁들임 음식들도 나온다.
생태탕은 빈티지한 느낌의 연륜이 느껴지는 양은냄비에 거의 끓여져 나온다. 두부도 가득하고 생태, 말린 새우, 곤이, 대파, 무가 들어가 있다. 2인분에 생태한마리가 들어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비주얼과 냄새만으로도 그 내공과 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간이 잘 배인 두부는 참 부드러웠다. 두부를 먹는 동안 생태를 조금 더 끓여준 뒤 한 입을 맛보면 “그래 바로 이 맛이야!”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집 생태탕이 맛이 있는 이유는 육수 때문이다. 꽃게, 대하, 대구머리, 황태, 조개 등 14가지 해산물로 10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로 생태탕을 끓인다고 한다. 국물 맛은 엄청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비린내 없는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맛은 적당히 칼칼하다. 싱싱한 생선 고유의 맛을 해친다고 해서 마늘이나 콩나물, 미나리 쑥갓은 넣지 않기 때문에 깔끔한 생태 본연의 맛을 볼 수 있다.
생태는 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명태를 말한다. 명태의 내장을 꺼내고 말린 것을 북어, 반쯤 말린 것을 코다리, 겨울에 잡아 얼린 것은 동태, 잡아서 얼리고 말리는 것을 3개월 이상 반복하면서 건조한 것을 황태, 어린 명태를 잡아 말린 것을 노가리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명태를 부르는 이름은 50가지가 넘지만, 생태는 어떤 가공과정도 거치지 않은 생물상태의 명태를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생태는 동태와 다르게 촉촉한 맛이 있다. 생태의 맛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생태는 계란이나 우유와 맞먹을 정도로 고단백식품일 뿐 아니라 칼슘, 철분, 인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메티오닌(methionine)의 함량도 높아 숙취해소에도 탁월하다. 다른 곳의 생태탕은 얼린 생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의 생태탕은 무조건 생 생태로 요리한다고 한다.
한때는 강원도 어판장에서 넘쳐나던 생태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줄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 이후에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 덕장의 황태도 100% 러시아산 동태를 수입해서 가공하고 있다. 그동안 생태는 일본 북해도에서 잡히는 생태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방류로 인해 이렇게 맛있는 생태집도 앞으로 어려움을 당할 것이 분명해 보여 안타깝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 톤을 곧 해양으로 방류한다는 기사가 오늘 올라왔는데 가장 큰 위험은 인접국인 우리나라라고 한다. 앞으로 누가 생선을 먹으려 하겠는가?, 수산물 관련 상인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한강집은 오늘처럼 비가 오는 장마철에도 어울리지만 추운 겨울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날 때 추천할 만한 집이다. 가까운데 전쟁기념관과, 도심 고층 빌딩 숲속에 상권을 개척한 열정의 섬, 열정도와 용리단길이 가까이 있어서 식사 후 둘러보기 좋으니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임석한
